'빚투' 마이크로닷 부모, 항소심도 징역형 선고…"피해자들 IMF 속 고통"

입력 2020-04-24 11:06   수정 2020-04-24 12:54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1부는 2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마이크로닷의 부모 신 모씨, 김모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3년과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 당시 상당액의 재산이 있었기 때문에 편취 의도가 없었다고 주자하지만, 보유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상당수와 합의했지만 20년이 지난 상황에 원금에 가까운 금액만 지급했다. 피해 금액이 3억9000만 원에 이르는데 1998년 범행 당시 화폐가치를 고려하면 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피해자들은 IMF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사기까지 당해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가볍거나 무겁지 않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0~1998년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친척 및 이웃 주민들에게 총 4억 원 가량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마이크로닷이 인기를 얻고, 부모까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내비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들 부부가 뉴질랜드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분노한 피해자들이 이를 대중에 폭로, 연예인 '빚투'의 시작이 됐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마이크로닷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들은 추가 제보를 이어가며 구체적인 진술로 신빙성을 높였고, 제천경찰서 역시 20년 만에 수사 재개에 나섰다. 그러자 마이크로닷과 그의 형인 래퍼 산체스는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신씨 부부가 잠적해 경찰은 인터폴에 수사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신씨 부부는 지난해 4월 자진 귀국해 공항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사기 피해액으로 마이크로닷의 부친 신 씨에게 약 3억5000만 원, 모친 김 씨에게 5000만 원을 적용했다.

앞서 1심은 신 씨와 김 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1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3일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신 씨에게 징역 5년, 김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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